책 리뷰

<정욕>(正欲) 책 리뷰

치즈샨 2025. 6. 18. 13:54

이번에는 아사이 료 작가의 소설

<정욕>에 대한 리뷰를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정욕’,

즉 욕망에 대한 올바른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해 각 인물을 통해 질문을 던집니다.

 

작품 속에는 아쿠아필리아(물에 대한 성적 페티시즘)를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는데요,
이들이 일반적인 성향의 사람들 사이에서 겪는 갈등과 모순, 그리고 내면의 괴로움을 통해
‘평범하지 않음’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그로 인한 고통을 조명합니다.

 

저는 이번 리뷰에서 작품 속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보려 합니다.

 


 

등장인물

 

테라이 히로키

 

테라이 히로키는 우리 사회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좋은 학벌과 안정적인 직장,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아 성공한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이 곧 정답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가족은 물론 타인에게도 강요하며, 그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됩니다.

 

작중에서는 검사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심판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범죄자, 가족, 그리고 자신의 신념 사이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흔들리며, 내적 갈등을 겪게 됩니다.

 

 

기류 나츠키

 

늘씬한 키, 이쁜 얼굴, 안정적인 직장,

겉으로는 사회에서 원하는 '바른 사람'의 표본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물의 형태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특이한 성적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이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스며들지 못한 채
오해와 고립 속에서 살아갑니다.

 

삶을 포기하려는 극단적인 순간,
그녀는 과거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준 인물인
사사키 요시미치와 재회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세상과의 연결을 시도하게 됩니다.

 

 

사사키 요시미치

 

과거, 기류 나츠키와는 한마디 대화조차 나눈 적이 없지만,
정수대 앞에서 서로를 알아본 유일한 존재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중,
삶의 끝자락에서 다시 재회하게 되며,
그들은 자신들과 같은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그 여정은 순탄치 않았고,
사사키는 아동 성범죄 사건에 휘말리게 되며,
결국 사회로부터 끝내 이해받지 못한 채 구속되고 맙니다.

 

 

모로하시 다이야 & 칸베 야에코

 

이 둘은 앞서 등장한 인물들과 닮은 듯,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남성 이성애자에 대한 강한 혐오를 가진 칸베 야에코,
그리고 그녀가 유일하게 혐오감을 느끼지 않는 대상, 물 성애자 모로하시 다이야.

 

야에코는 다이야에게 자연스레 끌렸지만,
정작 다이야는 그녀의 접근을 본능적으로 거부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작품 후반부 이 둘이 감정적으로 충돌하는 장면입니다.
모든 것을 털어놓은 순간에도, 야에코는 끝내 다이야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를 진심으로 이해하려 했더라면 어땠을까 회상하며 여운을 남깁니다.

 


 

마치며

 

처음에는 작품 자체가 꽤 난해하게 느껴졌습니다.
평범에서 한참 벗어난 주제를 다루다 보니,

저 역시 처음엔 사회의 일반적인 시선으로 인물들을 바라보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작품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어느 순간 소수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과정이 꽤 인상 깊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바름’의 기준이란 결국 사회와 다수가 정해놓은 규칙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러한 관점은 긍정적으로 보면 다름을 인정하는 포용력,
부정적으로 보면 기준이 모호한 무질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렇게 절대적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책들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평소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선과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